마세라티와 스놉 효과
2017-12-07 18:45:07 입력

 


삼지창처럼 생긴 엠블럼이 달려있던데, 그 차 뭐야?”

 

마세라티. 생각해보니 무슨 차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은 브랜드였다. “이탈리아 자동차 제조사 마세라티라고 설명해 주면 돌아오는 답도 한결같았다. “되게 멋지던데?” 어렴풋이나마 아는 이들은 입이라도 맞춘 양 삼지창엠블럼을 들먹였다.



오늘날 마세라티는 자동차에 관심 없는 사람들의 입에도 오르내릴 만큼 세력을 확장했다. 마세라티의 정체를 묻는 질문들이 그 방증이다. 마세라티의 영토를 넓힌 주인공은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 르반떼 삼총사. 126, 인천 송도에 자리한 경원재에서 마세라티 판매를 바짝 끌어올린 영광의 주역들을 만나고 왔다.

 

삼지창 손에 쥐고 경주판 들쑤신 과거

 


마세라티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브랜드가 아니다. 100여 년 전인 1914121, 이탈리아 볼로냐의 작은 작업장에서 탄생했다. 창업자는 알피에리 마세라티(Alfieri Maserati). 창업 초기 마세라티는 자동차 제조사라기 보단 레이싱팀에 가까웠다. 알피에리의 손을 거친 자동차들은 수많은 경주판을 누비며 우승컵을 쓸어 담았다.

 


1926, 알피에리는 독자적으로 자동차를 설계하고 디자인하며 생산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우선 회사 로고부터 만들었다. 알피에리의 동생 마리오 마세라티(Mario Maserati)는 그들의 고향 볼로냐를 주목했다. 바다의 신 넵튠(Neptune)’은 볼로냐의 상징. 마리오는 넵튠의 삼지창에서 영감 받아 마세라티 엠블럼을 그렸다.

 

삼지창을 손에 든 마세라티의 질주는 무서웠다. 마세라티의 창업자이자 엔지니어, 레이서였던 알피에리는 그의 첫 작품 티포(Tipo) 26을 타고 레이스에 나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957년까지 마세라티가 23개 챔피언십과 32F1 그랑프리에서 들어 올린 트로피만 500여 개. 수많은 레이서들에게 마세라티는 신화 속 유니콘과도 같았다.

 

항로 바꿔 고급차 생산 선언, 이후 60

 


1957, 마세라티는 찬란했던 역사를 뒤로하고 돌연 레이스 은퇴를 선언했다. 소속 드라이버들의 잇따른 사고와 경영난이 마세라티를 뿌리 채 흔든 까닭이다. 마세라티는 고급차 생산으로 항로를 바꿨다. 숱한 레이스 우승 경험에서 베어 나온 기술을 밑천삼아 대중차를 만든 지도 어언 60. 최근 마세라티의 성장은 놀랄 만하다.

 



최근 10년 동안 마세라티는 판매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0065,500대였던 마세라티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4만여 대로 8배 가까이 늘었다. 시승에 앞선 설명회에서 마세라티의 아시아 중동 세일즈 총괄 루카 델피노(Luca Delfino)아직 정확한 집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지난해보다 높은 판매성적을 확신한다고 소개했다.

 

비결은 라인업 확장. 불과 10년 전만 해도 마세라티 라인업은 콰트로포르테와 그란투리스모, 그란카브리오 단 3대로 단출했다. 2014년 중형세단 기블리와 2016년 브랜드 최초의 SUV 르반떼가 등장해 삼지창 5형제로 거듭났다. 레이싱 활동 접은 지 반세기만에 대량생산에 걸맞은 라인업을 갖춘 셈이다. 마세라티는 기블리에 1억 원 초반대의 경쟁력(?)있는 가격을 매겨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을 조준선 위에 올렸다.

 

마세라티, 5년간 한국에서 15배 성장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기블리와 르반떼는 마세라티의 세력 확장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특히 한국 시장에 마세라티 돌풍을 몰고 왔다. 르반떼 출시 이후 마세라티 월간 판매대수는 100% 성장했다. 르반떼 출시 전인 201610, 마세라티 판매량은 80대에 그쳤다. 반면 올해 10월 마세라티 판매는 156, 11월엔 171대로 두 배 안팎이다.

 

마세라티의 20171~11월 국내 누적 판매량은 1,850. 매달 150대 이상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 2,000대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루카 델피노는 최근 4년 사이 마세라티의 한국 판매가 15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는 마세라티의 한국 진출 10주년. 그들의 2017년은 여느 자동차 브랜드보다 뜨거웠다.

 

만지고 싶은 욕망 폭발!

 

시승 행사 전날 밤, 마세라티의 폭발적 성능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예보에 없던 눈바람 때문이다. 아스팔트는 하얗게 물들었다. 다음 날 아스팔트는 다시 제 색을 찾았지만 추운 날씨에 녹은 눈이 얼어붙었다. 곳곳에 숨은 지뢰, 블랙아이스 투성이었다. 하지만 괜찮다. 마세라티가 가진 장기는 성능 말고도 많으니까.

 


이날 만난 마세라티 3형제는 모두 문 네 짝 품은 세단과 SUV. 레이스에 뿌리를 둔 마세라티지만 이들만큼은 탑승자의 편안한 장거리 여행을 지향한다. 비단 맹금류처럼 날카로운 눈매와 입을 한껏 벌린 상어 같은 그릴을 짝 지었지만, 속살은 탑승자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맞이한다. 손길을 주는 곳마다 마세라티는 만족스러운 감촉으로 보답한다.

 


압권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빚은 패들 시프트다. 두툼한 두께와 매끈한 표면처리 덕분에 자꾸 매만지고 싶다. 손톱으로 패들 시프트 튕겼을 때 나는 소리마저 투명한 물방울처럼 청아하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방향지시등 레버가 두터운 패들 시프트 뒤에 자리 잡아 손이 아주 크지 않을 경우 조작이 꽤 수고스럽다.

 

엔진과 구동방식 같되 성격은 제각각

 


이날 시승한 콰트로포르테와 르반떼, 기블리 모두 엉덩이에 SQ4 배지를 붙였다. SV6 3.0L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 Q4는 마세라티의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을 뜻한다. 이날 모인 3형제 모두 같은 파워트레인과 주요 얼개를 공유한다.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59.2·m도 한 치의 오차 없이 똑같다.

 

마세라티의 Q4 시스템은 노면과 주행상황에 따라 앞뒤 구동력을 50:50~0:100으로 바꾼다. 0.15초 만에. 이날 르반떼를 타고 고속도로 램프를 돌아 나가던 중 블랙아이스를 밟았다. 네 바퀴가 동시에 밀려나는 느낌에 솜털이 쭈뼛 섰다. 다른 자동차였다면 아차싶었을 상황. 그러나 르반떼는 슬그머니 자세를 추슬렀다.

 


같은 심장과 다리 가진 삼둥이지만 성격은 제각각이다. 기블리는 날쌔다. 0시속 100까지 가속시간은 4.7, 콰트로포르테와 르반떼는 각각 4.9, 5.2초다. 콰트로포르테가 높은 출력을 여유롭게 쏟아내는 반면 기블리는 좀 더 격렬하다. 밥을 먹든 씻든 매사 급한 막내 모습이 역력하다. 때론 불안하지만 넘치는 에너지로 활기를 불어넣는다.

 


콰트로포르테의 스티어링 휠을 잡으면 의젓함이 배어 나온다. 마세라티의 I.C.E(Increased Control & Efficiency) 모드가 가장 잘 어울린다. 이 모드에선 연료소비와 배기가스, 소음을 억제한다. 가속 페달을 거칠게 다뤄도 차분하게 반응한다. 넉넉한 휠베이스(3,170) 지닌 콰트로포르테를 I.C.E 모드로 두고 인천대교를 유유자적 달렸다.




르반떼는 첫째와 막내 사이에서 부모 눈에 띄고픈 둘째답다. 르반떼의 공기저항계수는 Cd 0.31. 현재 판매 중인 SUV 가운데 가장 낮다. 빠듯한 짐 공간과 어색한 뒷모습을 나은 실루엣은 이 기록을 위한 타협이었다. 앞뒤 무게배분은 50:50으로 나눴다. 덕분에 르반떼는 키 큰 SUV가 가진 한계를 근사하게 지워냈다.

 

마세라티만의 매력은?

 


소리 나는 가격에 이 정도 성능과 감성 없다면 소비자에게 외면받기 십상이다. 메르세데스-AMGBMW M, 아우디 RS, 포르쉐 등 다른 선택지도 많다. 지난달 <로드테스트>는 기블리 SQ4AMG E 43 4매틱을 비교시승했다. E 43 4매틱의 손을 들어줬다. 더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블리에 필적할 상품성을 뽐냈다.

 

그날 E 43 4매틱을 몰고 시내에 들어섰다. 도로 위에서 다른 E-클래스와 수없이 마주쳤다. 모르는 이들에게 E 43 4매틱은 그저 E-클래스. 특별할 게 없었다. 부유한 사람들은 타인과 차별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선 이 현상을 스놉 효과(Snob effect)’로 설명한다. 까마귀 떼 속 고고한 백로와 같다고 해서 백로효과라고도 한다.

 

많은 기업들은 스놉 효과를 다양한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다. VIP 라운지, 리미티드 에디션 등이 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특히 가성비나 성능제원의 우열이 절대적 구매요소가 되지 않는 고급차엔 스놉 효과가 한층 강하게 작용한다. 마세라티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 벤츠는 예전에 타봤던 차’, ‘내 친구도 타는 차일 가능성이 크다.

 



다시 처음 질문을 떠올렸다. “삼지창처럼 생긴 엠블럼이 달려있던데, 그 차 뭐야?” 마세라티를 처음 접한 내 주변 지인들은 차별화된 디자인과 소재, 광기 어린 사운드에 주목했고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이 같은 반응은 마세라티를 설명하는 나의 자존감으로 이어졌다. 내가 그동안 짧은 경험으로 이해한 마세라티의 매력은 거기까지였다.

 

이번 시승을 통해 하나 더 깨달았다. 혼자만의 시간에 깊숙이 몰입할 수 있을 만큼 운전이 즐거웠다. 독창적 실내구성, 특이한 디스플레이, 쓰기 불편한 뒷좌석의 윈도 스위치마저 개성으로 다가왔다. 칼칼한 음색으로 흥분 자아내는 사운드와 운전 템포 바짝 당기면 불쑥 드러내는 야성마저도 매력적이었다. 세상 어떤 차와도 닮지 않아서 더더욱.


글 이현성 기자

사진 마세라티, 최진호 실장(pd@goood.co.kr)

 

로드테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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