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가장 어른스러운 막내, 랜드로버 올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
2019-07-10 13:59:39 입력



무려 8년 만이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2세대로 거듭나기까지. 콘셉트카의 외모를 고스란히 살린 파격이 남다른 수명으로 이어졌다. 신형은 이보크 특유의 개성을 유지하되, 더욱 매끈한 디자인과 첨단장비 갖춰 도전장을 던졌다. , ‘혈기왕성한 컴팩트 SUV를 바란다면 이번 모델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강동희 기자

 

프리미엄 컴팩트 SUV 시장. 그야말로 폭풍성장중이다. 가령, 2007년 시장 규모는 46만 여대였지만, 올해는 172만 대까지 성큼 올라갈 전망이다. 이보크는 2011년 데뷔 후 지금까지 75만 여대 팔리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레인지로버 브랜드의 진입장벽 낮춘 주역이자, 국내에서도 누적판매 1만 대를 넘어서며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함께 핵심 역할을 맡았다.

 



혁신의 시작은 2008년 북미국제오토쇼에서 베일 벗은 LRX-컨셉트였다. 이보크의 모태로서, 스포티한 디자인과 젊은 감각 내세운 랜드로버의 신 병기였다. 그 중심엔 걸출한 디자이너의 손길이 신의 한 수가 됐다. 바로 랜드로버 디자인 총괄, 제리 맥거번(Gerry Mcgorvern)이다. 그는 이보크를 시작으로 보수적인 랜드로버 이미지를 벗기고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기존 레인지로버에 없던 작은 뼈대에 날렵한 외모, 고급스러운 속살로 치장한 뉴 챕터였다. 당시 맥거번은 레인지로버의 전통에만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랜드로버의 새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후 이보크는 3도어 쿠페와 컨버터블 등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로 영역을 확장하며 소비자를 열광케 했다.

 

벨라의 특징 스민 안팎 디자인

 





신형 이보크는 실눈 뜨고 바라보면 레인지로버 벨라와 판박이다. 얇게 빚은 눈매와 발톱처럼 날카로운 범퍼 장식이 대표적이다. 두툼한 앞바퀴 펜더와 보닛 주름 등은 이전 세대와 같다. , 판을 뒤엎는 혁신보단 더욱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371×1,904×1,649. 구형보다 14낮은 걸 빼면 모두 5이하의 차이다.

 



반면 휠베이스는 2,68121더 넉넉하다. 덕분에 옆에서 보면 한층 비례감이 좋다. A필러를 기점으로 꽁무니까지 매끈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을 유지하되, 도어 아래쪽 캐릭터 라인은 반듯하게 폈다. 도어 손잡이도 패널 안에 교묘히 감췄다. 이전만큼 재치 있는 모습은 아니지만, ‘형님들처럼 중후하고 매끈하게 변했다. 휠 하우스 꽉 채우는 20인치 휠도 포인트.

 



뒷모습도 새롭다. 램프를 얇게 붙이면서 사이에 블랙 유광 패널을 심었다. ‘RANGE ROVER’ 글자도 패널 안으로 이사했다. 또한, 번호판 주변 블록처럼 맞닿은 라인도 평평히 다졌다. 바싹 들춘 엉덩이는 커다란 디퓨저로 채웠고, 양 끝단에 머플러 팁 장식을 더했다. 실제론 왼쪽 안에 수도꼭지처럼 숨어있다. 개인적으로 이보크 고유의 터프함을 희석시킨 듯해 아쉽다.

 

모양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밑바탕 삼은 뼈대는 완전 새롭다. 이른바 PTA(Premium Transverse Architecture) 모듈형 플랫폼이다. 이보크가 첫 번째 수혜자로, 앞으로 컴팩트 SUV 라인은 PTA, 대형 라인은 MLA 플랫폼을 활용한다. 새 골격은 내연기관뿐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까지 품을 수 있고, 향후 전기차 모델도 염두에 뒀다.

 



우선 충돌안전성은 합격점이다. 최근 유로NCAP이 실시한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별 5개 최고점을 따냈다. 어른 탑승자 94%, 어린이 탑승자 87% 등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전 세대보다 각각 8%, 12%까지 성큼 늘었다. , 차체 무게는 되레 늘었다. 2.0L 디젤 모델 기준 공차중량은 구형이 1,920, 신형이 1,985으로 더 무겁다. 첨단장비를 양껏 품은 결과다.

 

화려하고 미래적인 실내

 





문을 열면 화사한 인테리어가 눈을 가득 메운다. 촉감 좋은 플라스틱과 라이트 그레이 색 가죽, 차가운 알루미늄이 조화롭게 맞물렸다. 지붕이 낮아 주변 시야가 답답할 듯하지만, A필러를 얇게 빚어 기대 이상 쾌적하다. 10인치 터치스크린을 위아래 계단식으로 나눈 구성도 포인트. 계기판도 아날로그 타코미터 대신 12.3인치 디지털 모니터로 갈아 끼웠다.

 



흥미로운 건 기어레버다. 기존 다이얼 방식을 버리고 전통적인 기어봉을 달았다. 수동모드까지 이용하며 운전재미를 느끼라는 랜드로버의 의도가 아닐까? 이를 빼면 물리버튼 찾기가 손에 꼽을 정도로 모든 게 터치세상이다. 물론 단순히 모양만 신경 쓴 건 아니다. 센터페시아 아래엔 별도의 수납공간을 마련해 작은 핸드백이나 태블릿 PC도 놓을 수 있다.

 







뒷좌석은 넉넉한 휠베이스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 무릎공간은 이전보다 11키웠고 시트는 기존 60:40에서 40:20:40으로 나눠 접을 수 있다. 181의 기자가 앞좌석을 맞추고 뒤에 앉았을 때 무릎 공간은 주먹 1~1개 반 정도. 여유롭진 않지만 포근하게 감싸는 시트 덕분에 장거리 주행도 걱정 없다. 트렁크 용량은 591L를 기본으로 최대 1,383L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돋보인다. 경쟁 SUV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장비를 챙겼지만, 정작 더운 날씨에 요긴한 통풍시트는 빠졌다. 구멍 송송 뚫은 가죽시트가 무색하다. 또한, 파노라마 선루프는 열리지 않고 고정식이다. 주차 시 360° 서라운드 뷰를 통해 주변 풍경을 사방으로 띄우지만, 후방카메라 화질은 다소 떨어진다. 편의사양 확인을 위해 랜드로버 공식 홈페이지를 들어갔지만, 여전히 구형 이보크 소개로 가득하다.

 

정숙성 돋보이는 인제니움 엔진

 



신형 이보크의 보닛은 가솔린 1, 디젤 2종 등 총 3가지 엔진을 품는다. 모두 직렬 4기통 2.0L 터보 구성의 인제니움 심장이다. 시승차는 ZF 9단 자동기어와 맞물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3.9㎏‧m를 뿜는 D180 퍼스트 에디션. 최고출력 150마력의 2.0L 디젤 터보와 249마력 내는 2.0L 가솔린 터보도 고를 수 있다. 변속기는 모두 9단이며 AWD를 맞물린다.

 



최신 디젤 엔진이 과거보다 조용하다곤 하지만, 이보크는 한 술 더 뜬다. 실내뿐 아니라 실외에서도 디젤 특유의 소음을 잘게 쪼갠다. 시트와 운전대, 페달을 통해 올라오는 진동도 말끔히 지웠다. 보닛을 열면 곳곳에 힌트가 숨어있다. 통상 보닛 안쪽에 넓은 흡음재를 붙이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보크는 가장자리에 고무몰딩을 이중으로 덧대 꼼꼼히 틀어막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만족감이 더욱 올라간다. 통상 4기통 디젤 모델은 잔잔한 진동이 발바닥을 간지럽히지만 이마저도 느끼기 힘들다. 또한, 1,750~2,500rpm까지 최대토크 43.9㎏‧m를 줄기차게 뿜는 결과 언제 어디서든 사뿐하게 몸을 이끈다. 9단 자동변속기는 마치 CVT처럼 운전자 모르게 각단을 오르내리며 가속을 돕거나 효율을 높인다. 다분히 프리미엄 SUV답다.

 



, 몇 가지 단점들이 발목을 잡는다. 정속 주행 중 강한 파워를 끌어내고 싶을 땐, 1~2초가량 머뭇거리는 특성을 보인다. 9단까지 촘촘히 나눈 기어비 때문일까? 저회전에서 토크 뿜는 영역이 넓은 만큼, 이보다 낮은 단수 변속기를 물려 두둑한 토크밴드를 활용하는 게 나아 보인다. 랜드로버가 밝힌 0시속 100가속 성능은 9.3, 최고속도는 시속 205.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일군 효율

 



속도에 대한 욕심만 버린다면 이보크는 뛰어난 효율로 보답한다. 신형 인제니움 엔진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쓴다. 현재 대다수의 자동차가 쓰는 전압은 12V. 이를 통해 실내조명, 계기판, 전동시트 조절 등을 한다. 48V로 높이는 이유는 전동화 시대에 맞춰 충분한 전력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또한, 대용량 스타터 제너레이터를 맞물려 효율을 높였다.

 

기존 12V 시스템은 모터 출력이 낮아, 에어컨 컴프레서 등 동력이 필요한 장비는 크랭크 샤프트에 벨트 또는 체인을 걸어 엔진의 힘으로 구동시켰다. 반면 48V 시스템은 모터만으로 에어컨 작동이 가능하다. 또한, 정차 시 시동을 끄고 켜는 오토 스타트&스탑(ISG)’ 기능의 작동시간도 크게 늘릴 수 있어, 가다서다 반복하는 도심 정체구간에서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주행 중 높은 효율을 체감하긴 어렵다. 신형 이보크 D180의 복합연비는 11.9/L, 이전 세대(12.6/L)보다 낮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52162g/로 늘었다. 제동 중 시속 17이하에서 시동을 미리 끄고 효율을 높이는 건 새롭지만, 이전과 연비 차이를 느끼긴 힘들다. , 어디까지나 구형과의 비교이며, 2t에 달하는 무게를 감안하면 높은 효율이다.

 

이보크가 가장 돋보이는 구간은 시속 100이상 고속 영역이다. 9단 기어 덕분에 그 이상 속도에서도 좀처럼 2,000rpm을 넘지 않는다. 남다른 방음설계와 맞물려 여느 컴팩트 SUV에선 맛볼 수 없는 조용함을 느낄 수 있다. 압권은 오디오. D150을 제외한 모든 트림에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이 들어갔다. 흔한 라디오 뉴스도 긴박한 소식으로 빙의할 만큼 웅장하다.

 



주행모드는 무려 7가지. 아래 디스플레이에서 입맛 따라 고를 수 있다. 일반도로에선 에코와 컴포트, 다이내믹 가운데 선택하면 되고, 험로에선 스노우, 머드, 샌드 등 노면 상황에 따라 표정을 바꾼다. 지나치게 복잡하다면 오른쪽 끝에 오토 모드를 누르면 된다.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2(Terrain Response® 2)’가 도로를 분석해 엔진과 변속기 등을 알아서 조율한다.

 

깊이 600의 강도 끄떡없다. 더욱이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기능을 통해,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차체 앞 아래쪽 풍경을 화면에 띄운다. 또한 클리어 사이트 룸 미러는 지붕 끝 안테나 내 카메라로 찍은 후방영상을 띄운다. 덕분에 2열 승객이나 부피가 큰 짐을 실어 뒤쪽 시야확보가 어려운 경우에 무척 유용하다. 과연 험로주행에 뿌리를 둔 레인지로버답다.

 



그러나 컴팩트 SUV에서 기대할 법한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운전재미는 찾기 힘들다. 스티어링 휠 록--록이 2.31 회전에 불과할 정도로 타이트하지만, 핸들링 감각이 명료하진 않다. 서스펜션은 상하 스크로크가 커 요철을 부드럽게 삼키지만, 이완 과정이 빨라 노면을 다소 타는 편이다. 고속으로 갈수록 타이어를 짓누르는 게 아닌, 팽팽한 고무공을 끼운 기분이다.

 

이는 랜드로버의 의도일 수 있다. 그러나 활기찬 느낌을 원하면 이번 이보크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외모에서 풍기는 공격적인 이미지와 달리, 육중한 레인지로버처럼 변했으니까. 예산이 부족한(?) 사람을 위한 벨라가 목표가 아니라면, 좀 더 경쾌한 감각을 강조해도 좋을 듯하다. 모양은 2030이지만, 몸놀림은 4050 신사처럼 정제된 까닭이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양껏 챙겼다. 정차까지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유지 보조, 사각지대 어시스트 등 소위 반자율주행완성하는 장비를 꼼꼼히 담았다. , 조작은 다소 수고스럽다. 스티어링 휠 내 다양한 버튼으로 세분화한 까닭이다. 또한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은 차선 정중앙을 유지하기보단, 차선 끝에서 벗어나지 않게끔 조절한다.

 



레인지로버 이보크. 파격 그 자체였던 8년 전과 달리, 신형은 극적 변화보다 농익은 실력 갖춰 돌아왔다. 말끔한 안팎 디자인과 정교한 감성품질, 우월한 브랜드 이미지로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이보크 고유의 개성은 희미해졌지만, 더욱 레인지로버 일원다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앞으로의 결과가 사뭇 궁금하다.

 

<제원표>

차종

랜드로버 올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 D180

엔진

직렬 4기통 디젤 터보

배기량

1,999cc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3.9㎏․m

압축비

15.5:1

연료공급장치

전자제어식 직분사

연료탱크

65L

권장연료

경유

변속기

형식

9단 자동

굴림방식

네 바퀴 굴림

보디

형식

5도어 SUV

구조

모노코크

길이×너비×높이

4,371×1,904×1,649

휠베이스

2,681

트레드 앞|

1,626|1,632

최저지상고

212

공차중량

1,985

앞뒤 무게비율

자료없음

회전직경

11.6m

공기저항계수(Cd)

0.32

섀시

스티어링

랙앤피니언

스티어링 록투록

2.31 회전

서스펜션 앞|

맥퍼스 스트럿|인테그랄 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

모두 V디스크

타이어 앞|

모두 235/50 R20

휠 앞|

-

공간

트렁크

591L

성능

0100/h 가속

9.3

최고속도

205/h

공인연비(복합)

11.9/L

이산화탄소 배출량

162g/

원산지

영국

가격

6,710(D150)~8,120만 원 *개소세 인하가격(12월 말까지)

로드테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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