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럭셔리’ 부활...불꽃 튀긴 콘셉트카
2019-05-21 15:01:35 입력


1959년형 캐딜락 엘도라도와 2011 캐딜락 시엘 콘셉트


일자로 쭉 뻗은 도로, 그 위를 길이 5.7m 초대형 컨버터블에 앉아 여유롭게 누비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이는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미국 도로 풍경. 당시 화려함이 극에 달했던 자동차는 경제 호황을 누리던 시절과 함께 많은 이의 가슴 속 로망으로 남았다. 그 잊힌 로망을 자극해 아메리칸 럭셔리부활 열망을 드러낸 콘셉트카를 한데 모았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각 제조사

 

1959년형 캐딜락 엘도라도


먼저 과거 아메리칸 럭셔리 간략 소개부터. 한마디로 아낌없이 화려했던미국 초대형 승용차다. 이 시절 차 중 가장 유명한 1959년형 3세대 캐딜락 엘도라도의 경우 길이만 5,715에 달하고 6.4L V8 자연흡기 엔진을 얹었다. 60년 전 차가 오늘날 초대형 세단 롤스로이스 팬텀(5,762, 6.7L)과 비슷한 셈. 당시 캐딜락은 벤틀리, 롤스로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급 브랜드였다.

 

1959년형 올즈모빌 수퍼 88. 올즈모빌은 아메리칸 럭셔리 몰락과 함께 사라진 브랜드다


이토록 호사스러운 고급차가 활개 칠 수 있던 이유는 당시 미국 경제 상황 덕분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전쟁 특수로 고도의 경제 성장을 누리고 있었던 데다, 휘발유 가격도 저렴했다. 결국 엔진은 점점 거대해지고, 차체도 한없이 커졌다. 엘도라도의 경우 6세대에 이르러 8.2L 엔진을 품었을 정도. 그러나 70년대 중동발 오일쇼크와 함께 거품처럼 비대했던 미국 초대형 승용차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후 날개 꺾인 아메리칸 럭셔리는 몰락을 거듭해 현 상황에 이른다.

 

크라이슬러 크로노스 콘셉트


50년대 콘셉트카를 되살리다, 크라이슬러 크로노스 콘셉트(1998)

 

1950년대 콘셉트카를 다시 해석한 콘셉트카. 크라이슬러가 1953년 내놓았던 D’엘레강스 콘셉트의 오마주다. 거대한 덩치와 펜더 굴곡, 앞모습 등에서 D’엘레강스 콘셉트의 모습을 쉽게 엿볼 수 있다.

 

크라이슬러 D’엘레강스 콘셉트

크라이슬러 크로노스 콘셉트 옆모습. 과감한 비례가 눈에 띈다


비례는 더 과감하다. 길이 5,217로 원작보다 23늘리고 높이는 1,33846낮추어 더 쭉 뻗은 스타일을 완성했다. 더욱이 뒤 21인치, 20인치 큰 휠로 상대적으로 더 납작해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냈다. 길쭉한 보닛 아래엔 약 350마력 최고출력을 내는 V10 6.0L OHC 엔진이 들어가며, 서스펜션 구조는 닷지 바이퍼를 참고한다.

 

크라이슬러 크로노스 콘셉트(왼쪽)와 300C(오른쪽)


크라이슬러 크로노스 콘셉트는 크라이슬러 플래그십 세단을 위한 콘셉트 카다. 비록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2005년 등장하는 크라이슬러 300C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다.

 

링컨 컨티넨탈 콘셉트


케네디 링컨오마주, 링컨 컨티넨탈 콘셉트(2002)

 

링컨 컨티넨탈 역사상 가장 멋스러운 스타일로 회자되는 4세대 컨티넨탈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라디에이터 그릴 속에 넣은 4등식 헤드램프와 앞뒤 좌우 끝단 네모난 굴곡은 과거 스타일을 여실히 따랐다. 참고로 4세대 컨티넨탈은 존 F. 케네디 미국 35대 대통령이 서거 당시 탔던 차이기도 하다.

 

1961년 등장한 4세대 링컨 컨티넨탈

링컨 컨티넨탈 콘셉트 옆모습. 긴 휠베이스 안에 실내를 가득 채웠다


다만 비율은 다소 다르다. 보닛과 트렁크가 거대했던 원래 모델과 달리 실내 공간 비율을 최대한 늘렸다. 길이 5,444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보닛과 트렁크가 길지 않은 이유다. 그만큼 실내는 널찍하다. 3,470에 달하는 휠베이스 대부분을 실내가 차지해 리무진 못지않은 공간으로 꾸렸다.

 


넓은 공간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좌우로 열리는 코치도어를 90°로 열리게 했고, B-필러(문짝 사이 기둥)를 없앴다. 그리고 큼직한 문틀을 따라 강성을 높일 철제 링 프레임을 달았다. 실내는 최고급 가죽, 전용 테이블, 발 받침 등으로 화려하게 꾸민다. 보닛 아래엔 당시 포드 산하에 있던 애스턴마틴의 V12 6.0L 엔진을 담는다.

 


2002년 나왔던 링컨 컨티넨탈 콘셉트는 2002년 판매를 중단한 컨티넨탈의 기념비적인 모델이었다. 이후 컨티넨탈은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가 13년 뒤인 2015년 컨티넨탈 콘셉트를 시작으로 다시 부활한다. 양산차는 2016년부터 판매 중이다.

 

캐딜락 식스틴 콘셉트


직렬 8기통 두 개 짝지은 V16, 캐딜락 식스틴(2003)

 

대륙의 호방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길쭉한 보닛 아래엔 8개 실린더를 각각 V형으로 짝지은 V16 엔진을 품었다. 그래서 이름이 캐딜락 식스틴이다. 과거 1930년 주문생산으로 만들었던 캐딜락 V-16에 역사적 뿌리를 뒀다.

 

운전석 문짝 앞쪽에서 바라본 엔진룸. 엔진이 엄청나게 길다


핵심은 역시 16기통 엔진. 최소 1,000마력 이상 최고출력과 137.7·m 최대토크를 낸다. 특히 큰 힘이 필요 없을 때 실린더 잠재우는 기능이 들어가, 전체 실린더 절반인 8기통, 심지어 12개 실린더까지 억제할 수 있다. V형 배치로 길이만큼은 부가티 W16 엔진을 압도한다.

 

식스틴 콘셉트 길이는 5,672㎜에 달한다


광활한 보닛에서 엿볼 수 있듯, 덩치는 길이 5,672, 너비 2,029로 거대하다. 1930년대 클래식카처럼 좌우로 각각 열리는 보닛, 펜더 뒤쪽에 붙은 큼직한 공기 배출구가 특징. 당시 캐딜락이 한창 도입하고 있던 아트&사이언스디자인 언어가 전체 스타일에 녹아들었다.

 


캐딜락 식스틴은 양산에 이르지 못했지만, 캐딜락 초대형 세단에 대한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4년 뒤 2007년 등장하는 2세대 캐딜락 CTS 스타일의 바탕이 된다.

 

크라이슬러 임페리얼 콘셉트


제국의 부활 꿈꾼 크라이슬러 임페리얼 콘셉트(2006)

 

크라이슬러 역사에 파묻힌 플래그십 세단 임페리얼을 되살린 콘셉트다. 1926년 첫 등장했던 깊은 역사를 밑바탕 삼아 클래식 스타일과 최신 스타일을 버무렸다. 참고로 임페리얼은 캐딜락, 링컨과 경쟁하던 크라이슬러 초대형 승용차로, 1955년엔 별도 브랜드로 독립하기도 했다.

 

미국 특유의 굵직한 손길로 클래식 스타일을 담았다. 가령 보닛 위엔 V자 모양 굴곡을 넣고, 지붕선은 마차처럼 뒤쪽이 급격히 꺾였으며, 클래식카 펜더를 본뜬 모양의 캐릭터라인을 넣었다. 평평한 디시 타입 크롬 휠 또한 마찬가지다.

 

높은 천장을 바탕으로 호화롭게 실내를 꾸몄다


차가 뚱뚱해 보이는 이유는 높이가 1,615에 달하기 때문. 길이 5,439로 결코 짧은 차는 아니다. 높직한 천장 덕분에 실내 공간은 무척 넓다. 넓은 공간은 4인승 구성, 캘리포니아 삼나무 장식, 최고급 가죽 등으로 고급스럽게 꾸몄다. 대시보드 아래와 문짝 손잡이, 시트 등 아랫면을 안쪽으로 깎아 살짝 떠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스타일이 특징이다.

 

5.7L 헤미 엔진을 얹는다


파워트레인은 V8 5.7L 헤미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를 짜 넣었다. 플랫폼은 300C LX 플랫폼을 손본 LY 플랫폼. 임페리얼 콘셉트는 실제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20077월 프로젝트를 공식 중단했다.

 

캐딜락 시엘 콘셉트


초호화 컨버터블 가능성, 캐딜락 시엘 콘셉트(2011)

 

시엘(Ciel)’은 프랑스어로 하늘이라는 뜻. 그 낭만적인 단어처럼 시엘은 아메리칸 럭셔리 브랜드 로망을 아낌없이 담았다. 과거 50~60년대 캐딜락 컨버터블 스타일을 바탕으로 최고급 소재는 물론,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등 신기술이 들어간다.

 


한창 화려했던 경제 호황기 때처럼 보닛과 트렁크를 길쭉하게 내밀었다. 특히 A-필러(앞 유리 옆 기둥)까지 유리 한 장으로 덮고 크롬 앞 유리 테두리를 둘러, 과거 미국 고급 승용차 특징을 그대로 따른다. 1960년대 엘도라도에서 영감을 받은 아트&사이언스 역시 자연스레 녹아든다.

 


실내는 간결한 스타일에 고풍스러운 나무를 듬뿍 둘렀다. 나무 장식은 이탈리아 올리브 나무를 전문 목공 장인이 수차례 공정을 거쳐 다듬고, 수작업을 거친 가죽으로 시트를 감쌌다. 캐딜락에 따르면 실내를 전체적으로 고풍스러운 나무 보트처럼 꾸몄다고.

 


다만 보닛 아래 큼직한 V8 엔진은 없다. 대신 최고출력 425마력을 내는 V6 3.6L 트윈 터보 엔진을 넣고 전기모터가 힘을 보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었다. 덩치도 과거 엘도라도와 비교하면 소소한 편이다. 길이 5,174, 너비 1,968, 높이 1,270.

 

캐딜락 엘미라지 콘셉트는 시엘 콘셉트의 후속이자 쿠페형 모델이다. 8기통 엔진을 얹는다


캐딜락은 시엘 콘셉트 양산을 고려했으나, 실제 양산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다만 콘셉트는 2년 뒤인 2013년 등장하는 쿠페 모델 엘미라지 콘셉트로 이어진다. 두 차는 모두 GM 노스 할리우드 디자인 센터에서 개발했다.

 

아메리칸 럭셔리 명맥을 잇는 캐딜락 CT6와 링컨 컨티넨탈


오늘날 아메리칸 럭셔리 명맥은 대형 세단 캐딜락 CT6와 링컨 컨티넨탈이 잇고 있다. 두 차 모두 전성기를 생각하면 비교적 얌전하다. CT6와 컨티넨탈 크기는 각각 5,227, 5,115로 일반적인 대형 세단 수준. 파워트레인 역시 두 차 모두 V8이 아닌 최대 V6 터보 엔진을 얹는다. , 캐딜락은 최고출력 550마력 V8 4.2L 터보 엔진을 얹은 CT6-V 출시를 준비 중이다.

 

캐딜락 CT8 힌트를 담은 에스칼라 콘셉트. 길이만 5,346㎜에 달하는 대형 세단이다


한편, 지난해 3월 요한 드 나이슨 전 캐딜락 사장은 “2022년 즈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신차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아직 구체적인 소식은 없으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시엘 또는 엘미라지 콘셉트의 양산 모델로 추측하고 있다. 참고로 2017년 캐딜락이 공개한 신차 계획에 따르면, 2021년에는 CT6 윗급 CT8도 등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