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저우에서 만난 공유자전거 이야기
2017-11-30 08:45:47 입력
지난 8월, 중국 광저우에 갔다. 목적지는 아녔다. 경유지로 들리는 김에 멈춰 2박 3일 동안 마음껏 거리를 누볐다. 그런데 정말 ‘누비기’만 했다. 금융중심지구에 있는 멋진 호텔을 잡았음에도 ‘걸어만’ 다녔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호텔 숙박비를 신용카드로 결제할 생각이었는데 거절당했다. 유명 카드사 전부 내밀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종업원이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유니온페이”. 중국계 은행 ‘은련’이다. ‘중국이니까 중국계 카드만 받겠다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중국은 유명 카드가 대부분 통하지 않는다고. 경유지라 가볍게 여기고 조사하지 않은 내 잘못이다.

노숙을 할 순 없다. 있는 돈 다 털어 결제했다. 공항까지 돌아갈 택시비를 제외하면 2박 3일 동안 쓸 수 있는 돈은 한국 돈으로 3만 원도 안됐다. 3일째 아침은 공항에 가서 라운지 이용 카드로 때운다고 가정해도 5끼를 사먹어야 하는데 3만 원? 그래서 난 잘 빼입고도 걸어 다녔다. 중국까지 왔는데 판다도 못 봤다. 대신 거리와 사람 구경은 정말 실컷 했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본 것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세 가지를 뽑는다면 전자화폐, 전동화, 공유자전거다. 식당, 편의점, 심지어 노점상도 현금 대신 QR 코드 읽어 ‘위챗페이’ 또는 ‘알리페이’로 결제했다. 위조지폐 없는 전자화폐를 환영하기 때문이라고. 거리에선 낡은 배달용 모터사이클과 자전거 들이 전기모터를 달고 조용히 달렸다. 값싸게 할 수 있는 전동화 시대를 보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하나가 공유 자전거다. 역 출입구를 나올 때마다 수십 대가 길바닥에 널려있었다. 잘 보니 QR 코드 스티커가 붙어있다. QR 코드를 찍어서 접속하면 뒷바퀴 잠금쇠가 풀리는 구조다. 너무 단순한 자전거의 디자인은 물론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서울자전거 ‘따릉이’와는 정반대다. 따릉이는 LCD 스크린 및 장바구니 달고 흰색으로 칠해 예쁘게 꾸몄다. 지하철역 근처 거치대에 가지런히 주차도 해 놨다. 그런데 중국 공유 자전거는 거치대도 없다. 왜일까?



검색해봤다. <더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공유 자전거 시장은 ‘오포(Ofo)’와 ‘모바이크(Mobike)’의 양대 기업이 쥐고 있다. 각각 700만~1,000만 대의 자전거를 갖고 있다. 중국 100여개 도시에서 사업을 벌인다. 이들은 자본 앞세워 런던, 싱가포르, 시애틀 등 해외 도시에도 진출하고 있다. 모바이크는 텐센트, 오포는 알리바바로부터 투자받고 있다.

이들의 전략은 ‘간단함’이다. 대부분의 자전거 공유 시스템은 정해진 주차 공간에 거치대가 필요하다. 거치대에 정확히 끼워야 주차가 완료되고 반납 처리가 된다. 한편 오포와 모바이크는 거치대 없이 스마트폰으로 열었다 닫는 잠금 장치와 GPS만 달아서 거리에 내보낸다. 거치대와 장소 확보에 비용을 쓸 일이 없으니 그만큼 설비 구축에 드는 비용이 적다. 요금도 저렴하다. 중국에서 30분 간 공유자전거 빌리는데 드는 비용은 0.5~1위안(약 82~164원)에 불과하다.



왜 이렇게 쌀까 알아봤다. <더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자전거 공유 사업은 전쟁 수준이다. 양대 업체가 싸게 자전거를 돌릴 수 있는 이유는 경쟁과 투자 덕분이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를 통해 막대한 투자금을 받아 규모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그만큼 부작용도 커 보인다. 자전거 70만 대 운영하던 업계 3위인 ‘블루고고’는 파산했다. 소규모 창업은 더 어렵다. 자전거 1,200대 규모로 시작한 업체는 6개월 만에 90%를 도난당해 사업을 접어야 했다고.

양대 업체인 오포와 모바이크도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단 비판이 있다. 미래를 보고 투자했으니, 바라던 미래가 올 때 까지 버텨야 할까? 이들에게는 다행히도 중국의 공유 자전거 시장은 급격한 성장 중이다. <i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3분기 3,300만 위안(약 54억 원) 규모에서 2017년 2분기 39억 위안(6,410억 원) 규모로 커졌다. 



두 회사는 확장을 멈추면 대여료만 받아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단계에 올랐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이들이 확장을 멈추지 않는 진짜 이유는 ‘데이터’다. 돈은 데이터에서 나온다. 알리바바나 텐센트가 공유 자전거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은 이유다. 오포는 알리바바의 시스템을 사용한다. 따라서 알리바바는 공유 자전거 사용자의 지출 내역 및 이동 패턴까지 알 수 있다. 여기에 맞춰 만들 수 있는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중국 경제는 춘추전국 시대다. 엄청난 인구의 힘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중 살아남는 기업은 대규모 인구를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싶다면 ‘중국색’은 쏙 빼야 할 테다. 일례로 쇼핑몰 건물은 참 멋진데, 실내 구성은 90년대처럼 촌스러웠다. 판매로 경쟁을 원한다면 세계의 취향에 맞춰야 팔린다.



중국 광저우에서 2박 3일.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잘 버티고 출국했다. 생각보다 밥값이 싸서 굶지도 않았다.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사람 붐비는 가게만 다녔는데도 말이다. 본토 중국요리는 정말 맛있었다. 또 경유하게 된다면 머물고 싶을 정도로. 그러나 가기 전부터 은근히 기대했던 ‘양꼬치엔 칭타오’는 맛보지도 못했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roadtest.kr)
사진 오포, 모바이크, 위챗, 직접 촬영, 위키피디아

로드테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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